삼성전자, 두 번 접는 ‘갤럭시 Z 트라이폴드’ 12월 격전지 투입…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초격차 승부수
삼성전자가 화면을 두 번 접는 차세대 폼팩터, 이른바 ‘갤럭시 Z 트라이폴드(Galaxy Z TriFold)’를 이달 중 전격 출시한다. 2019년 세계 최초로 폴더블폰 시장을 열어젖혔던 삼성전자가 최근 중국 업체들의 거센 물량 공세에 밀려 주춤했던 시장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꺼내 든 비장의 카드다. 단순한 하드웨어 혁신을 넘어, 기존 갤럭시 사용자들을 위한 긴급 보안 업데이트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며 연말 모바일 시장의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태블릿을 품은 스마트폰, 10인치 대화면의 시대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갤럭시 Z 트라이폴드(가칭)의 출시 일정을 이달로 확정하고 언팩 행사 및 물량 공급을 위한 막바지 조율에 들어갔다. 당초 연내 출시가 어렵지 않겠냐는 일부 관측도 있었으나,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이 지난 7월 공언한 “연내 제품 출시” 약속을 지키며 기술 리더십을 증명하게 된 셈이다. 이번 제품은 디스플레이를 단순히 반으로 접는 기존 방식을 넘어, 완전히 펼쳤을 때 태블릿 PC와 맞먹는 대화면을 자랑한다.
트라이폴드의 핵심은 독창적인 폴딩 방식에 있다. 후면 외부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왼쪽 화면이 먼저 안으로 접히고, 그 위를 우측 화면(후면 카메라 탑재부)이 덮는 구조다. 접었을 때는 일반적인 바(Bar) 형 스마트폰처럼 6.5인치 화면을 사용할 수 있지만, 펼치면 무려 10인치에 달하는 광활한 디스플레이가 나타난다. 이는 최신작인 갤럭시 Z 폴드 7(8인치)을 훌쩍 뛰어넘는 크기로, 가로 비율이 더 긴 태블릿 형태를 갖췄다. 두께 또한 혁신적이다. 펼쳤을 때 4.2mm로 얇고, 세 번 접었을 때도 약 14mm 수준을 유지해 초기 폴더블 모델들보다 오히려 슬림한 그립감을 제공한다. 배터리 용량 역시 역대 삼성 폴더블 라인업 중 최대인 5,600mAh를 탑재해 사용성을 극대화했다.
440만 원대 ‘초프리미엄’ 전략과 중국의 추격
출고가는 미화 3,000달러(약 440만 원) 선으로 책정되었으며, 초도 물량은 2~3만 대 수준으로 제한될 전망이다. 이는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삼성의 건재한 기술력을 과시하고 시장의 반응을 살피기 위한 ‘초프리미엄’ 전략으로 해석된다. 한국을 포함한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자급제 모델 위주로 판매될 예정이며, 통신사와의 복잡한 제휴보다는 제품의 완성도 자체로 승부하겠다는 계산이다.
현재 폴더블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화웨이는 이미 지난해 9월 세계 최초의 트리폴드폰 ‘메이트 XT’를 출시하며 시장을 선점했고, 후속작인 ‘메이트 XTs’까지 공개하며 삼성을 압박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에서 화웨이가 48%를 기록한 반면, 삼성은 20%에 그쳤다. 하지만 화웨이 제품이 내구성 이슈와 아웃폴딩 방식의 한계를 지적받는 상황에서, 삼성은 안으로 두 번 접는 고도화된 기술력으로 ‘완성형 폼팩터’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내년 애플의 폴더블 아이폰 참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트라이폴드는 삼성전자가 기술 우위를 다시금 확고히 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하드웨어 확장에 이은 소프트웨어 ‘철통 보안’
삼성전자의 혁신은 폼팩터 확장에만 그치지 않는다. 하드웨어의 진화에 발맞춰 기존 갤럭시 생태계 사용자들을 위한 소프트웨어 지원도 긴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서 심각한 보안 취약점이 발견되면서 구글 픽셀 사용자들에게 긴급 패치가 배포된 가운데, 삼성전자 역시 최신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 S25 시리즈 사용자를 대상으로 ’12월 보안 업데이트’ 배포를 시작했다.
전문 매체 샘모바일 등에 따르면 이번 업데이트는 한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되었으며 곧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많은 사용자가 기다리는 ‘원 UI 8.5(One UI 8.5)’ 베타 버전 출시에 앞서, 치명적인 보안 위협을 차단하기 위한 긴급 조치다. 갤럭시 S24 시리즈 사용자들 또한 곧 동일한 보안 패치를 받게 되며, 이는 향후 진행될 원 UI 8.5 알파 테스트에 합류하기 위한 선결 조건이기도 하다.
이번 업데이트는 단순한 기능 개선이 아닌, 현재 활발히 악용되고 있는 보안 취약점을 방어하는 것이 핵심이다. 픽셀폰에 비해 상대적으로 업데이트가 늦다는 지적을 받아온 삼성이지만, 이번에는 ’12월의 깜짝 선물’이라 불릴 만큼 신속하게 대응에 나섰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트라이폴드와 같은 폼팩터 혁신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창이라면, 신속한 보안 업데이트는 충성 고객을 지키는 방패”라며 “삼성전자가 연말을 맞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